한탄강 얼음트래킹


                                        2020. 1.31 금 김두경

승그니 대장으로 부터 특별 산행 문자가 왔다.

이번에는 한탄강 얼음트래킹이란다. 나의 어머님 고향이 연천 옆 전곡 민통선 안이라, 철원 고석정에는 그동안 두 번 가봤지만 계곡의 아름다움을 고석정 밑에서만 봤다. 청운의 꿈을 안고 참가 신청을 하면서, 김포에서 직접 차를 몰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중간에 픽업을 해 줄 수 있냐고 대장에게 물어 봤는데 답변이 없다. 주최 측에서 불편하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직접 양재역으로 가기로 했다. 사실 차를 갖고 가면 술도 못 마시는 불이익도 있다.

어제 저녁 아이스하키를 마치고 집에 와서 맥주 500cc 한 캔에 피자를 먹은 후 잠 든 시간은 새벽 1시 40분이다. 핸폰에 알람을 새벽 5:45분에 맞춰 놔 제 시간에 깼다. 후다닥 샤워를 하고 평소 아침 식사인 V8 야채주스와 야쿠르트 한 잔씩을 마시고 네스프레소 커피 두 잔을 내려 마호병에 담고, 사과 1개를 깎아 그릇에 담았다. 면피용으로...

준비를 다 하고 6:30분에 집을 나가 김포 골드라인(경전철)을 탔다. 작년 9월 개통된 후 새벽에는 처음이라 얼마나 붐빌지 잘 몰랐다.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탑승객은 많지 않았지만 앉지는 못했다. 김포공항에 내릴때 쯤에는 열차가 꽉 찼다. 여기서 9호선 급행을 타고 편히 앉아 가다 여의도에서 앞을 보니 핸드백에 임신부라는 팻말을 달고 있는 여성이 서 있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면서 앉으시라고 했는데 무안하게 안 앉는다. 다음 역에서 내려 앉을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다시 앉아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고 양재역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가려 하니, 두경이 아니냐는 친근한 목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진영이 부부다. 7시에 집을 떠났다고 하니 내가 사는 곳과는 30분 정도 차이다. 버스 있는 곳으로 가니 태철이만 와 있다. 좀 있으니 친구들이 오기 시작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의 영향인가 출석율이 저조하다. 대장은 버스 좌석이 모자랄까봐 미리 참가 신청하라고 했는데, 결국 16명 밖에 참석을 안했다. 매우 소박한 트래킹이다. 준호가 문자로 못 와서 미안하고 트래킹 잘 하란다.

대장은 이번 트래킹을 답사한 상조와 상기가 감기 등으로 참가하지 못한다고 걱정을 한다. 태철이가 쵸코렛과 귤 등 간식과 아침식사로 백설기 떡을 나눠 준다. 나는 2007년에 어머님 팔순을 기념하여 강여사 세계유람기를 책자로 발간 한 것을 여학생 네 분께만 나눴다. 책이 무거워서 많이 갖고 올 수가 없었다. 사실은 책을 나눠도 읽지 않고 처 밖아 둘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아직 돌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기섭이가 마누라도 아닌 어머님까지 홍보를 한다고 한 말씀 한다. 이 책은 어머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수길이 출판사의 도움을 받아 발간을 했으나, 나의 어머님을 아는 친한 친구들과 나의 가족들에게만 나눠줬었다. 그런데 계속 갖고 있는 것이 짐만 되어 오늘 나누게 되었다.

버스 내의 TV화면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폐렴 얘기만 나온다. 인호씨가 왜 우한 폐렴이라고 안하고, 또 마스크도 우리 쓰기에 충분하지 않은데 중국에 기부 하는 등 정부의 친중 정책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한다. 진영이가 왜 500만 달러를 주냐고 한다. 내 생각에는 마스크는 인도적인 측면에서 주는 것은 좋지만, 우리보다 7배 이상 외환 보유액이 많은 중국에 현금을 지원하는 것은 넌센스 같다.

첫번째 목적지인 松臺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모닝캄빌리지라고 하는 모던한 펜션과 카페가 있다. 이곳에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앞길에 트럭이 가파른 길을 거꾸로 올라가면서 미끄러지고 있다. 아마 악셀을 쎄게 밟은 것 같은데, 못 올라가고 고무타는 냄새와 연기만 자욱하다. 결국 다시 밑으로 내려간다. 냄새를 피해 계곡을 내려가니 주상절리(柱狀節理) 절경이 펼쳐진다.

밑에서 철원군에서 나온 해설사가 우리를 맞는다. 평일이고 얼음이 안 얼어 찾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우리를 반갑게 맞으며 열심히 설명한다. 이곳에 얽힌 이야기를 하는데, 옛날 옛적에 이곳에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고려 때 송도에 살던 삼형제가 이무기를 잡으러 왔다가 두 형제는 이 이무기한테 물려서 죽고 나머지 한명이 겨우 이무기를 잡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다고 한다.

이곳은 물이 깊어 명주실 한 타래(50m)가 끝없이 풀릴 정도로 소가 깊다는데, 실제 20~30m 깊은 곳도 있단다.

漢灘江이라는 이름은 큰 여울이라는 뜻에서 붙여졌다는데, 눈앞에 보이는 비취색 강물은 연못에 고여 있듯 잔잔하다. 이 한탄강은 지상에서는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수 만년에 걸친 침식 작용으로 계곡이 30m 정도 깊이 파여 밖에서는 강이 있는 줄도 모른다. 한탄강의 주상절리는 강가에 있는 주상절리로는 거의 세계에서 유일하단다. 곧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 된단다.

현란한 주상절리

이곳은 수십만년 전 현재 북한지역인 680m 고지와 오리산(押山 위도 38도 이북, 철원군 위, 김화군 옆 평강군에 위치)에서 10 차례 묽은 용암이 지각에 생긴 틈으로 열하분출(裂罅噴出)하면서 철원평야를 만들었단다. 현무암의 두께는 10~20m 정도라고 한다. 이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 수직으로 쪼개지는 현상이 발생하여 주상절리가 생겼으며 대체로 5~6각형의 기둥형태가 흔하단다.

여름에는 이 한탄강 가를 걸을 수가 없다. 물이 깊고 가장자리에 걸을 수 있는 길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한탄강 래프팅으로 주변경치를 감상 할 수 있는데, 물살이 쎈 데는 경치를 볼 겨를이 없을 것 같다. 우리 팀 중에 유일하게 한탄강 래프팅을 한 사람은 직장 동료와 함께 했다고 뽐내는 경훈이다. 혜원씨는 래프팅은 무섭다고 손 사례를 친다.  

철원군은 한탄강 얼음 트래킹을 위해 물위에 부교를 만들어 놨다. 얼음이 얼면 이 부교가 얼음에 박혀 고정이 되는데, 지금은 전 구간이 물에 떠 있어 흔들린다. 올해는 날씨가 따듯해 얼음이 한 번도 안 얼었단다. 친구들은 부교가 흔들려 배 멀미 하겠단다. 2월말에는 래프팅을 위해 이 부교를 걷어낸단다.










한탄강에 설치된 부교

현재는 물에 떠 있어 장정 10명이 모여 있으면 부교가 가라앉는단다. 처음에는 걷는데 중심 잡기가 어려웠는데, 두 팔을 벌리고 리듬을 타니 할 만하다. 부교를 걸어가니 양옆의 절벽이 다 주상절리다. 왼쪽 편의 주상절리는 손으로 만져 볼 수가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해설사가 절벽을 자세히 보면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단다. 아랫단은 수직 주상절리 층, 그 위엔 편상절리 층, 다른 하나는 내 눈엔 잘 안 들어온다. 돌아가는 길에 아주 독특한 부채꼴 주상절리를 꼭 보란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잘 보지 않고 그냥 지나친 것 같다. 나중에 혜원씨가 부채꼴 주상절리를 봤냐고 물어 그냥 본 것 같다고 했는데, 나중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놓친 것 같다. 주상절리를 직접 본 것은 제주도 외돌개에서 본 것이 유일하다. 물론 사진으로는 그 유명한 아이스랜드 주상절리를 봤다. 물론 아직 못 가 봤다.

독특한 부채꼴 주상절리

언덕위의 자작나무

걸어가는데 혜원씨가 혜진씨를 새댁이라고 부르며 담소를 한다. 얼마 전 막내아들을 결혼까지 시켰는데 너무 한 것 아닌가?

왼쪽 언덕에는 자작나무가 자라고 앞 언덕에는 현수교 공사가 한창이다. 좀 가다 돌아올 때 쯤 경치가 좋은 곳에서 대장이 부부들 사진을 찍어준다. 마나님들은 사진을 찍는다니까 옷매무새를 고친다. 지나가는 트래커에게 단체 사진을 부탁했다. 많이 찍어 본 듯 이 만원 하고 외친다. 처음에는 사진 찍어주니 이 만원 달라는 줄 알았는데 손 하트를 하라는 것이다. 내가 참 주책이다.  주열이가 삼 만원 하면서 사진을 찍는다.

공사중인 현수교

대장이 나보고 산행기를 쓰라고 한다. 내가 부담스럽다고 하니 그럼 다들 쓰라고 한다.

송대소 부교 트래킹은 약 30~40분간 이어졌다. 다 마치고 올라와 버스에 탔다. 진영이가 좀 늦게 탄다. 볼일을 쎄게 보느라 그런가 했더니 커피를 두잔 사와 나눠 마시잔다. 나는 내가 내려온 커피를 꺼내면서 나누어 마시려고 했는데, 손드는 사람이 없다. 진영이도 커피 장사 잘 안 된다고 한 말씀한다.

대장이 12시 쯤 간다고 점심 먹을 식당에 전화를 하여 올갱이 된장찌개와 산채 비빔밥을 주문한다. 좀 있으니 식당에서 태철이 한테 전화가 오는데 좀 심각한 것 같다. 대장이 전화를 바꾸니 아침 일찍 예약을 안 해 지금 혼자 있어 밥을 못 차리겠단다. 다들 웅성웅성하면서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다. 한참 인터넷으로 찾아보던 대장이 그 옆 임꺽정 가든은 된다는 희소식을 알린다.

혜원씨의 소원인 直湯瀑布에 들르기로 했다. 나는 예전에 백마고지, 폐 노동당사, 도피안사를 보고 직탕폭포를 들른 적이 있어 이번이 두 번째다. 도피안사 뒤로는 민통선 안에 있는 궁예의 궁터를 멀리서 볼 수 있다.










직탕폭포

혜원씨가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봤냐고 뜬금없이 물어본다. 뉴욕사무소 시절 서울에서 친척들이 오면 다들 한번 가보고 싶어 하여 거의 예닐곱 번 가 봤다고 대답했다. 본인은 가 봤는데 경훈이는 못 가 봤단다. 왜 뜬금없이 나이아가라 소리가 나오나 했더니 안내 표지판에 높이는 낮지만 폭이 넓어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문구가 있다. 규모나 높이 면에선 전혀 아닌데.

우리가 지나온 빨간색 다리가 보이는데 泰封大橋란다. 이곳이 궁예의 태봉국 도성터가 있어 태봉대교라 부른단다. 태봉대교 중간 밑부분에는 번지점프하는 설비가 붙어 있다.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태봉대교

저 멀리 진천 농다리 같은 돌로 된 다리가 보인다. 사진 찍는다고 모이라고 하는데도 못 들은 척하고 돌다리에 가 봤다 최근에 만든 것 같아 감흥이 없다.

보고 오니 주열이가 서 있다. 여기 민물 매운탕집도 있는데 여기서 먹어도 될 텐데 하면서 가격표를 보더니 하품을 한다. 무지 비싸다. 본인은 애들 어렸을 때 소래 포구에 가서 어시장에서 회를 떠서 상차림 돈만 내고 가끔 회를 싸게 먹었는데, 자녀들이 장성하고 세동씨가 회를 선호하지 않아 요즘은 못 간다고 하소연 한다. 나도 얼마 전 군대 친구 넷이 소래포구에 가서 회를 떠 상차림 가게에서 먹은 적이 있다고 했다.

좀 있으니 우리 일행이 다 돌다리로 향한다. 그냥 따라다녀도 되었을 것을...













현무암 돌다리

버스 타러 약간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는데 대장이 차도 별로 없는데 왜 버스를 못 들어가게 하냐고 투덜댄다. 그리고 상희가 춘천에서 차를 갖고 온다고 해서 근처 주차장에서 픽업하려 했는데 일이 생겨 못 오게 되었다고 연락이 와 다행이란다.

버스로 고석정으로 이동하는데 인호씨가 창가에서 보이는 큰새가 무어냐고 한다. 얼듯 보기에 기러기 같다고 했더니 덩치가 훨씬 크단다. 두루미 등 여러 의견이 난무했으나, 결론은 못 내렸다. 내가 예전 겨울에 백마고지를 갔었는데, 날개가 1m 넘는 검정 독수리가 머리 위를 날아 내 머리를 쪼지 않을까 겁을 먹었었다는 얘기를 해줬다.

식사를 하러 가는데 경훈이가 오는 4월에 미국서 창용이가 오면 식사를 한번 하잔다. 창용이가 좀 바쁘기는 할 텐데 좋다고 했다. 혜원씨가 동안(童顔)의 사나이를 다시 만나보고 싶은가?

孤石亭 주차장 안의 임꺽정 가든에 들어가니 벌써 우렁 된장찌개가 끓고 있고, 비빕밥이 차려져 있다. 철원 막걸리와 소주 한잔을 곁들여 두 파로 나뉘어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나오면서 진영부부에게 내 어머님이 편지 이외에 글을 쓰신 것을 한 번도 뵌 적이 없는데 여행기를 매일 적어 놓으셨다고 했더니, 인호씨가 시어머님께서 음식 만드는 방법에 관심이 있으셔서 써 놓으신 글을 맏며느리 된 죄로 밤 한 두시 까지 정서를 했다는 얘기를 한다. 시어머님 글의 맞춤법을 고쳐 놓으면 다시 본인 문장으로 고치시곤 했단다. 일종의 시집살이. 진영이 모친께서 본인만의 음식 만드는 법을 쓰신 것을 보면 굉장하시다는 느낌이 든다. 다 자기 아들에게 맛있는 것 먹이라고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하신 것은 아닌지?

어머님 여행기 뒤에 바이칼 여행기가 있는데, 울란우데에서 향수의 주인공이 혜원씨가 맞냐고 물었다. 그런데 부부가 다 내가 가이드 다리마라고 써 놓았단다. 집에 와 다시 확인해 보아도 경훈 부부가 내려온 후 향수 냄새가 풍긴다고 써 있다. 왜 그런 오지에 가는데 향수까지 갖고 갔냐고 하니, 갖고 간 것이 아니라 그날 오후에 들른 쇼핑센터에서 샀단다.

다들 첫날 밤 늦게 러시아 국경 앞에 있는 중국 쿵푸 영화에서나 나올만한 객잔 같은 허름한 호텔에서 묵은 얘기, 진영이의 러시아 비자 소동 등으로 얘기꽃을 피운다.

철원 8경중의 하나인 고석정입구에서 왼편 길로 내려가니 정자같이 생긴 건물이 나오는데 화장실이다. 혜원씨가 대장이 정자로 가는 길을 안 알려줬다고 타박을 한다. 오른쪽에 있는 정자를 처다 보니 승근이가 올라가 있다. 할 수 없이 정자에 기어 올라가서 보니 앞에 높이 10m에 달하는 고석바위와 맞은편 빙벽에 있는 주상절리가 눈에 들어온다. 앞의 절벽에 있는 바위굴에 조선 중기에 임꺽정이 숨어 있었단다.

고석바위

내려가서 해설사에게 물어보니 관광객을 끌기 위해 빙벽은 인공으로 만들어 놨단다. 해설을 들은 후 밑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맑은 물 위에 길게 조성된 부교를 걸어가니 오른 쪽 절벽에 환상적인 광경이 나타난다. 메기, 자라, 고릴라상 등 기기묘묘한 바위를 보니 탄성이 절로 난다.

자라, 메기, 고릴라 바위

몇 백m를 부교 위로 걸어가니 포말이 이는 여울이 나타난다. 이곳을 래프팅하려면 매우 위험하겠다고 하니 여름에는 수량이 많아 괜찮단다. 강을 가로 질러 왼쪽 가장자리로 가는데, 버들강아지가 폈다고 주열이가 알려준다. 그래서 눈을 돌려 보니 버들강아지가 탐스럽게 달렸다. 바위와 모래톱을 한참 지나가니 또 부교가 나온다. 부교 끝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곳이 순담계곡(蓴潭溪谷)이란다.

포말이 이는 한탄강

강가의 버들강아지

나는 잠시 화장을 고치러 갔는데 언덕에 래프팅 보트를 레일 위에 올려 강으로 운반하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내려오니 친구들이 해설을 다 듣고 앞 언덕 중간에 앉아 있다.

미안하지만 다시 설명해 달라고 해설사에게 애걸했다. 이곳 순담계곡(蓴潭溪谷)은 정조때 김관주가 이곳에 연못을 파고 순약초(蓴藥草)를 재배하여 복용했다는데서 따온 이름이란다. 언덕위에 집을 짓는 등 환경을 훼손하여 모래 언덕이 많이 없어졌단다.

한탄강에서 이곳이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단다. 맞은편 언덕위에는 잔도공사가 한창이다. 올해 내로 잔도공사가 끝나면 다시  한번 오란다. 유투브에서 본 황산의 잔도 공사와는 격이 다르다. 해설사 왈 본인은 공사로 인해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무너져 내릴까봐 걱정이란다. 이곳은 물살이 빨라 전천(箭川)이라고도 했단다. 여기서 임진강까지 약 110여 km의 한탄강 물줄기가 이어진단다.

순담계곡은 거대한 화강암 더미와 소나무의 조화로 완벽한 산수화를 보는 것 같았다.

순담계곡

설명을 다 듣고 모여 있는 곳으로 올라가니 다들 일어나 떠난다. 바로 앞에 화장실이 있다. 조금만 참았으면 순로에 들를 수 있는 것을...

버스를 기다리러 가는데 누가 대추야자 두 알을 준다. 먹어보니 맛이 있다. 뒤에서 기섭이가 아랍에서는 대추야자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미해 부자들이 즐겨 먹는다고 한다. 하나에는 씨 같은 것이 있어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니 씨가 아니고 먹는 것이란다. 맛이 괜찮다. 기섭이가 우리를 위해 갖고 왔단다. 지난번 제주 한림공원에서 유람 차 기사가 대추야자 나무 앞에 차를 세우고 현재는 작은 열매가 달려 있는데 가을이면 크고 달달한 열매가 열린다는 설명이 기억난다.

주변에는 두릅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주열이가 두릅나무는 꺽꽂이를 해도 잘 자란단다.

좀 있으니 버스가 고석정에서 와 우리를 태운다. 이번에 갈 곳은 비둘기 낭이란다. 가는 길에 차창으로 태양광 시설이 보인다. 곳곳에 산을 깎아 태양광 시설을 해 놨으니 환경훼손이 아닐까? 그 시끄럽던 환경 단체는 정부로부터 돈만 받고 아무 말이 없다.

비둘기낭 폭포는 천연기념물 제537호다. 이 폭포는 현무암 협곡과 비둘기낭 폭포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계단을 내려가니 깍아지른 절벽 밑에 폭포와 소가 나온다. 지금은 수량이 적어 흘러 내리질 않는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큼 풍광이 일품이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로 만들어진 소(沼)는 맑은 비취색을 띄고 있고, 여름이었다면 수영을 하고픈 곳이다. 물론 여름에도 수영이 허락되지는 않을게다.

다들 감탄을 하며 인증 샷 찍기에 바쁘다. 가파른 계단을 다시 오르는데 보니 옆 절벽사이를 인조 나무 벽으로 막아 놨는데 머리 쪽을 둥글게 예술적으로 처리해 놨다. 아마 낙석이 계단으로 떨어 질까봐 예방 조치를 한 것 같다. 비둘기낭에서 나오니 멀리 하늘다리가 보인다.


비둘기낭 폭포 소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아트벨리로 향한다. 대장이 시간이 없어 삼부연 폭포는 스킵한단다. 가는 길에 인삼 밭이 보인다. 그런데 인삼밭 차광막이 예전의 까만색이 아니고 하늘색이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요즘은 차광막 색갈이 다양하단다.

예전에 화강암 채석장이었던 곳을 관광지로 만든 포천 아트밸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입장료를 받는데 지공거사는 무료란다. 우린 다 지공거사라고 하니 매표소 여직원이 안 믿고 한 사람 한 사람 앞으로 나와 보란다. 할 수 없이 나서는데 혜진씨를 콕 집어 표를 사란다. 젊음은 감출 수 없나 보다. 모노 레일이 있는데 탈거냐고 물어 본다. 대장이 그냥 올라가자고 하는데 아무도 호응을 안 한다. 대장이 편도만 사자고 읍소해도 막무가내다.

한참을 기다려 모노레일을 타는데 안내원이 단체는 앞차를 타란다. 20명 이상만 단체 할인을 받는데 우리는 16명이라 할인도 못 받았는데 단체라고 한차에? 아마 우리가 좀 시끄러웠나보다.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는데 차창 앞에 LG 에어컨 실외기가 수직으로 세워져 있어 시야를 크게 방해한다. 기섭이가 못 참고 LG가 지자체에 떡고물을 먹였나 보다고 한 말씀한다. 올라가는 동안에 한국어 해설은 안 나오고 중국어 해설만 나온다. 우리가 너무 시끄러워 중국 사람으로 오인했나 보다고 농담을 한다.

내려서 푸른 바다의 전설, 달의 여인, 화유기 등 많은 드라마 촬영지인 천주호를 보고 언덕 뒤로 가는데, 주열이가 안 보인다. 진영이와 진철이가 찾아 나서 데리고 온다.

천주호 올라가는데 남자 하체 석상이 있는데 매우 적나라하다. 여학생들이 잠시 훔쳐보고 안 본 것처럼 얼굴을 돌린다.

언덕 뒤쪽에 카페가 있고 맨 끝에 채석장이 있는데 지금은 그 앞을 공연장으로 조성해 놨다. 인호씨가 바위에 구멍을 뚫어 암반을 갈랐을 것 같다고 한다. 인증 샷을 찍고 올라오는데 주열이도 올라와 있다. 벽에 발파 구멍이 있는 곳을 보전해 놨는데 이 구멍에 폭약을 넣고 발파 했단다. 예전 버몬트주에 있는 대규모의 채석장을 가 봤을 때는 절단면이 반듯반듯해 폭약으로 절단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내가 잘못 알았나 보다.

대장이 나선형 철제 계단을 올라 내려가잔다. 주열이는 현행이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계단을 오르는데 진이가 사진을 찍는다고 다들 멈추란다. 원통형 계단을 시계방향으로 가파르게 올라가다 중간에 반대 방향으로 올라간다. 아마 어지러움을 방지하려는 것 같다. 올라가니 진영이 부부가 커플 그네를 타고 있어 한 컷을 눌렀다. 주위를 구경하고 내려오는데 일행이 빨리 안 내려온다. 다 내려오니 모노레일이 올라가고 있다. 빨리 와야 탈 텐데.

단체 사진을 찍는다고 다 모이란다. 사진 찍는 도중에 모노레일은출발했다

다음 차는 15분 후에 온단다. 일행 중 나를 포함한 5명은 걸어 내려간다. 중간에 선녀와 나무꾼을 모티브로 한 무대를 만들어 놨다. 어린이용인 것 같다. 다 내려오니 천하대장군이 서있다. 전시관에 가니 포천석에 대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예전에 한국은행을 새로 지을 때 박성상 총재가 건물 외벽을 마천석 보다는 포천석으로 써야 한다고 우긴 얘기가 생각난다. 인호씨도 포천석이 좋다고 한 말씀한다.













드디어 오늘 일정은 다 끝나고 의정부 외곽의 퐁당퐁당 샤브샤브로 향한다. 가는 길에 내가 가져온 사과를 나눴다. 12조각 밖에 안 돼 맛을 못 본 친구도 있겠다. 왼쪽 창가에 앉은 여학생들이 탄성을 지른다. 산마루에 석양이 막 넘어 가려고 한다. 나는 산마루에 반쯤 걸친 것 만 봤다. 좀 있으니 오른쪽 창문에 붉은 석양이 나타난다. 혜원씨가 좀 전 것 보다 덜 붉단다. 진영이는 오늘 석양이 왜 이렇게 크게 보이냐며 석양주 타령을 한다. 주열이가 앞으로 오더니 팩 소주 두병을 갖고 간다.

퐁당퐁당 식당에 도착하니 스피커에서 소곤소곤 퐁당퐁당 동요가 흘러나온다. 들어가니 이미 상이 차려져 있다. 샤브샤브용 고기 채반, 그 밑에 국수, 맨 아래엔 죽거리가 들어 있고. 버섯 등 야채는 따로 담겨 있다.

막걸리와 소주로 잔을 채우고 기섭이의 나이아가라에 맞추어 건배를 했다. 내 옆 진철이가 건배사 때문에 노인정에서 놀러 온 줄 알겠다고 속삭인다. 어차피 백발에 얼굴이 쭈그러 질려고 하니 젊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고기 한 채반이 더 나온다. 아마 못 온 친구들 것을 마저 먹는 것 같다. 한참 식사를 하는데 혜원씨가 자기 테이블에는 소주 먹는 사람이 없다고 잔을 들고 온다. 내가 따라주려고 하는 찰라 승근이가 가로채 따라준다.

고기를 다 먹고 죽을 만들려고 하는데 혜진씨가 나타나 죽을 만들어 준다. 손놀림이 예술이다.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기섭이는 참 좋겠다.

다 먹어갈 즈음에 진영이가 내가 집에 10시 반에나 도착하겠다고 한다. 나는 9시 반 쯤엔 집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버스를 타고 조금 모자란 듯해서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있는데, 태철이가 안 온 사람들 몫인 맥주를 나눈다. 진영이가 배낭이 꽉 차 못 가져간다고 해서 내가 2캔을 수입 잡았다. 소주 팩은 본인이 가져간단다.

버스는 잠실역에서 진영, 정열부부 등을 내려주고 마지막 종착지인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했다. 다들 전철을 타러 가면서 상태가 안 좋은 친구와 같이 갔다. 나 허장군, 승근이 등은 9호선 나머지는 2호선을 타고 갔다. 승근이가 시간이 좀 남았는데 삼부연 폭포까지 볼 걸 그랬다고 한다. 노량진역에서 승근이가 내려 홀로 된 김에 할 수 없이 오늘 산행기를 핸폰 메모에 쓰기 시작했다.

9시 반 조금 전에 집에 도착했다. Fitbit을 보니 오늘 2만보 이상 걸었다. 상태 조금 안 좋은 친구가 잘 들어갔는지 물어 보니 진이가 집까지 바래다줬단다. 우리 산우회 멤버들의 끈끈한 우애를 느끼게 해 준다.

오늘 대장과 귀찮은 일을 도맡아 해준 태철 총무에게 감사드린다. 운전을 해 주신 최기사님도 함께.

토요일 오후 4시 넘어 신시인의 아름답고 유려한 서정시가 카톡에 올라온다.



'한탄강 주상절리 협곡을 지나며' 

                                                   신 기 섭

주상절리 편상절리 매끈하게 잘도 씻긴 기기묘묘 바위들 여울져 흐르는 물살따라

시간이 보이는 나이에 이른 화동동기 열둘, 여학생 넷이 송대소 고석정 직탕폭포 송담계곡 가슴에 안고 저마다의 발길 내닫는다.

1억5천만년 아득한 세월 거치며 아홉번 북녘 오리산에서 분출했다는 뜨거운 용암이 드넓은 은하수 펼치듯 여울져 흘러내리다 굳어버렸다는, 남북 분단 한탄이 담긴 인적드문 漢灘江.

이상고온으로 겨울이 겨울다운 맛 잃어 얼음 대신 계곡물 울울콸콸 소스라치는 웅혼한 물보라 황홀하게 바라보며 우리들은 한여름밤 꿈같이 흘러가버린 젊음을 아쉬워한다.

그러나 밤새워 울어보지 않은, 하얗게 부서지는 포말같은 아픔없이 어찌 평화로운 하구에 이를 수 있었으랴.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을 귀히 여기며 이 순간에 감사하자.

기품서린 하얀 자작나무, 바위위 용케 생존한 소나무

뽀얗게 실눈 뜨는 물가 버들강아지ᆢ

이 모든 살아있는 것들 새삼 반갑고 눈물겨운 것을